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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닷컴] 뇌졸중 신약 개발... “운도, 인내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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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NTPharma

조회 10,983회 작성일 2016-06-2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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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신약 개발... “운도, 인내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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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 / 지엔티파마 곽병주 대표이사


중국 8대 기서 중 하나인 ‘요이재이’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운칠기삼’. 실력만큼 운도 따라줘야 한다는 사자성어다. 지엔티파마의 곽병주 대표는 이 말을 여러 차례 실감했다. 국내외 대형 제약사들이 군침 흘리고 있는 혁신적인 뇌졸중 신약기술을 보유하고도 18 년을 에둘러왔다. 곽 대표는 “신약개발에 대한 확신이 흔들려 걱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다만 빨리 나아가야 하는데 따라줄 환경이 안 돼 있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고 했다.

뇌졸중 신약 개발의 길은 험난하다. 지난 20년간 글로벌 빅파마들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 지엔티파마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초의 다중표적 뇌졸중 신약인 ‘Neu2000’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임상1상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현재 국내에서 임상2상에 돌입했다. 중국에서도 임상2상을 준비 중이다.

이 약은 뇌졸중을 일으키는 활성산소와 신경흥분독성인 글루타메이트를 동시에 억제한다. 임상1상에서 약효용량의 800배를 투여해도 안전한 것이 확인됐고, 혈관 재개통 후 8시간 이후에도 효과를 낼 만큼 획기적이었다. 뇌졸중이 생기면 글루타메이트가 과량 분비돼 뇌세포를 죽인다는 것은 세계적 신경과학자로 노벨상 후보에도 올랐던 데니스 최 박사(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장)의 이론이다.

지엔티파마는 미국 워싱턴대학 의대에서 포스닥(박사 후 연구원)과 교환교수로 뇌신경질환과 안질환을 연구하던 오영준 교수(연세대 시스템생명과학부)와 주천기 교수(가톨릭의대 학장), 그리고 데니스 최 박사의 제자였던 곽병주 대표가 주축이 돼 설립한 벤쳐기업이다. 뇌졸중과 퇴행성 뇌 및 안질환을 주로 연구한 이들은 5명의 의약학 대학교수들과 관련 신약을 개발하기로 의기투합했고, 지엔티파마의 전신인 뉴로테크를 지난 1998년에 창립했다.

뇌졸중 신약 연구는 아스피린의 재발견에서 시작됐다. 당시 뇌의 염증 기전을 연구하던 곽 대표는 소염제 가운데 아스피린이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냈다. 고무적인 발견이었지만, 이 상태만으로는 가치가 없었다. 글루타메이트를 억제하려면 고용량 아스피린을 써야 하는데, 이러면 위가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아스피린의 구조를 바꿔서 약효의 강도를 높여야 했다. 2년간 수백개의 화합물을 합성했지만, 답보상태에 빠졌다. 이때 우연히 설파살라진의 새로운 뇌세포보호작용을 발견하면서 연구는 급물살을 탔다. 장염과 관절염 등에 쓰이는 설파살라진은 아스피린 유도체이다. 아스피린보다 강도가 30배나 높고, 구조도 3배나 커서 원하는 강도로 바꾸기 용이했다.

특히 연구과정에서 설파살라진은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를 억제하고 항산화작용을 보유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곽 대표는 “글루타메이트와 활성산소를 동시에 억제하는 선도물질을 찾았고, 계속 스크리닝하면서 약효를 높인 끝에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Neu2000이 마침내 나왔다. 참 운이 좋았다”고 했다.

안전성과 약효가 확인되자 대형 제약사에서 입질이 왔다. 과학기술부 선도기술개발사업인 G7 프로젝트로 진행된 Neu2000 기술을 중외제약이 2002년에 이전해갔다. 하지만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 곽 대표는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글로벌 신약 개발에 비용과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자할 여력을 가진 제약사가 국내에 별로 없었다“고 했다.

기술을 이전한 지 1~2년이 지나도록 개발이 진척되지 않자 곽 대표는 신약기술을 다시 가져왔다. 투자자들의 요청으로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미국에 자회사 엠코를 설립해 현지에서 임상1상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다국적 제약사 머크가 관심을 보였다. 재현성 실험에서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된 약효가 그대로 재현되자 머크는 2005년에 기술을 이전하기로 약속했다.

예기치 못한 불운은 또 따랐다. 1년에 3조원어치나 팔리던 머크의 소염제 바이옥스가 심장마비 위험을 높인다는 안전성 이슈에 휩싸여 리콜된 것이다. 머크는 Neu2000에 대한 기술 이전 논의를 중단하고, 뇌졸중센터를 팔아 모은 현금으로 구멍 난 매출을 메우기 위해 제약사 쉐링푸라우를 인수했다. 곽 대표는 “신약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글로벌 빅파마 사이에서는 늘 이러한 인수합병이 일어난다”며 “참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바이옥스 사태 이후 미국의 바이오기술 전문 벤처캐피털인 알타파트너즈도 200억원 규모의 투자조건 계약서를 내밀며 다가왔지만, 이 역시 끝자락에 무산됐다. 알타파트너즈가 투자한 리노비스의 뇌졸중 신약인 NXY059가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전돼 임상을 진행하던 중 약효가 없는 것으로 나오면서 뇌졸중 신약 전반에 대한 투자 신뢰도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시밭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8년 초에 Neu2000의 임상1상을 마친 곽 대표는 미국에서 Neu2000의 임상2상, 유럽에서 치매치료제 AAD2004의 임상1상을 밀어붙이기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 그러자 미국발 금융위기인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전 세계 증시는 꽁꽁 얼어붙었다.

우여곡절을 겪어도 뇌졸중 신약에 대한 수요는 여전했고, 지엔티파마의 신약 기술은 생생했다. Neu2000은 마침내 2009년에 중국의 중견제약사인 아펠로아 제약에 기술 이전됐다. 중국에서 임상2상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곽 대표는 “우리나라보다 환자 수가 훨씬 많고, 이미 현지에 10~20개 병원이 세팅돼 있어 임상에 들어가면 속도를 낼 것”이라며 “중국 임상은 뇌졸중이 발생한 지 6시간 이내 환자를 대상으로 5일간 약물을 투여하고, MRI로 효과를 확인하는 파격적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의학의 발달로 최근 8시간 이내 혈관조영술을 통한 혈전제거수술이 가능해진 것도 Neu2000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일 변수이다. 이전까지 동물모델에서는 인위적으로 혈관을 막았다가 재개통해 혈전이 모두 뚫린 상태여서 뇌졸중 발생 후 혈전이 뚫리거나 막혀 있을 수 있는 사람에게 그대로 대입하기 힘들었다. 곽 대표는 “Neu2000이 혈관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뇌세포보호약물을 투여하는 최초의 임상시험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바이오제약 산업에 힘을 싣기 위해 신속심사제를 도입한 것도 희망적이다. 뇌졸중과 치매 치료제는 이 제도에 따라 임상2상을 마치면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곽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뇌졸중과 치매 신약의 적응증을 심근경색과 염증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넓다고 내다보고 있다. 뇌신경 전문가인 곽 대표의 목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뇌졸중으로 수많은 장애인이 생깁니다. 남은 것은 재활뿐이지요. 뇌와 IT를 접목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 분명 경쟁력 있어요. 신약기술을 이전하고 IPO해서 충분한 자금력이 확보되면 뇌와 IT를 접목하는 기술에 총력을 기울여보고 싶습니다.”



출처 http://www.kormedi.com/news/news/drug_dist/1219257_2906.html